리딩 몇 단상 손가락질.




트레인스포팅

원작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거칠고 질퍽한 소재를 일인칭 나레이션이나 음악과 화면의 일체감이나 그런 여러 기법을 통해 매력적으로 풀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같은 스토리가 무대에서 펼쳐질 때의 감흥은 그다지 크지 않을 듯한 기분. 마약중독과 심각한 실업난으로 미래가 없는 삶에 허덕이는 청춘들의 자기파괴-혹은 방임-의 여러 단면을 지켜보는 게 충격적이기보단 금세 지루하게 느껴졌다. 렌튼의 목소리를 빌려 시니컬한 독백을 돌려주자면 '그래서 너희가 비척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다는 게 뭐가 어떻다는 거야?'
 
리딩상연 후 잠시 이어진 대화에서 했던 훈배우의 말, '실제로 이런 일이 안 일어나지 않잖아요'라는 말이 그냥 맞는 것 같았다. 그냥 그런 청춘을 보내는 이들이 있었고, 그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많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한 것이었으며 하필 마약에 손을 댄 것은 청춘이 그렇게 망가진 이유 중 최악이었다는 것. 그런 청춘을 지나며 살아남도록 되어버린 한 남자의 눈을 통해 있었던 일들을 펼쳐보이고, 그 혼란스런 장면들을 지켜보고 남은 감상은 관객들에게 넘기는 것. 그냥 그런 게 목적이었다면 굳이 한국에서, 연극으로 제작할 돈과 열정이 있는 누군가를 말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제작자가 상당히 의욕이 있어 보이니 내가 투자할 것도 아닌데 뭐 마음대로 하시길. 정식 상연됐는데 막 마약퇴치 우수연극으로 홍보되고 학생들 단관오고 이러면 진짜 웃기겠다.     


+보면대 리딩인데 배우들 끗발 보소. 캣츠비에서 봐야 했던(....) 규형배우의 연기를 이렇게나마 만나서 넘나 반가웠고요. 간만에 말 많이하는 웅배우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박훈을 끌어오다니 미쳤나봐. 훈배우가 제작사랑 엮이는 건 절대 반대지만 벡비 역할하려고 태어난줄. 나의사랑 너의사랑 봉련배우는 언제 봐도 참 좋고, 볼때마다 센스가 좋아서 딱 맞는 좋은배역 많이 했으면 좋겠는 광일배우도 빛이 났다.

 

플레임즈

관극하며 최우선 과제는 웃음을 참는 것이다. 잔뜩 뭐가 있을 것처럼 음산하고 심각하게 시작해서 집중하고 있었는데 중반부터 그냥 개그물이잖아.. 남자 우산 없다는데 혼자 쓰는 여주부터 어처구니 없이 웃긴 와중에, 속고 속이는 복수극이라는 내용이 아무도 안속을 것 같은 걸로 둘만 속고 속이고 있엌ㅋㅋㅋㅋ뭐하냐너넼ㅋㅋㅋㅋㅋ 이렇게 많은 것을 눈감아줘야 하는 스릴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명대사 패러디 예감인 여러 황당한 대사들이 있는데-삽을 가져왔어요,라던가 난 오랫동안 준비해왔어(뭘? 죽은 척 숨 오래 참는 법을?)-그걸 심각하게 내뱉으며 본격적으로 연기하는 걸 본다면 얼마나 웃음 참기가 힘들지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인물들이 다 또라이인데 머리가 좀 나쁘다는 건 알겠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감정이란 건 전혀 모르겠고..변변한 넘버 하나 없으며 피아노 하나에 의지해서 분위기를 잡으려면 이야기를 더 치밀하게 썼어야 했다. 뭘 잘했다고 허무하고 스산한 분위기로 폼을 잡으며 끝나는지 어처구니가 없는 상태로 불이 켜지는데 한숨을 참기 힘들더라. 난 한때 해븐이었던 그들이 그래도 잘됐으면 좋겠어......

정식 상연은 되도록이면 안 되었으면 좋겠지만 돌기옹은 한국에 오고싶어하니까..(한숨) 누구 말대로 진짜 집 밖에 나와서 세상 구경 좀 하시지 왜그랬어..ㅠㅠ 최소한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 입력가능 시간이 몇분만에 초과되는지는 반영해주란말야..
 


경종

사극 창작 뮤지컬의 촌스러움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창작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겠다(아재개그). 2016년에 나온 리딩인데 이래서는 어쩌나, 탄식이 절로 나왔다.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을 위한 역사교실 같은 늘어놓기식 가사들도, 너무 단편적이라 유치하게 느껴지는 대사와 감정들도 딱 20분만에 지쳤다. 몇몇 부분은 정말 관객들을 싹다 바보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대사와 가사를 쓸 수가 있지? 싶을만큼, 공중파 사극 드라마에서도 애저녁에 그만두었을 설명적이고 일차원적인 말들이었다. 경종과 연잉군의 소재가 끌렸고, 형제애와 왕손의 운명,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을 목도한 아들의 악몽 뭐 그런 클리셰와 흥미요소 사이 뭔가를 넣고자 했는데 그걸 다 이렇게밖에 풀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그.. 뭐랬더라 수차? 몰라 암튼 그 물대포(...)를 놓고 뜬금없이 왕권의 위엄을 논하는 연잉군의 대사가 너무 유치해서 놀랐는데, 그걸 받아치는 경종의 반응마저 유치해서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야 너네 둘다 왕 하지마.. 저기 저 위엄있고 생각 깊은 사관님한테 왕위 넘겨버려. 조상님들 불쌍해서 안되겠어.

넘버는 대부분 강강으로 달리는데, 경종의 캐릭터가 아슬하고 날카로운 만큼 조금만 더 감수성을 더해줬으면 싶었다. 경종의 꿈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함정이고..? 장희빈은 왜 무용수여야 했나 라는 의문을 지닌 채 봉산탈춤 전수자 풍래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는 나의 묘한 심경.. 나름 낭만적인 상상력이라 생각했던, 경종의 마지막 선택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제발 중반부까지 이상한 역사수업 배틀 안했으면.. 일단 대본과 넘버만으로도 손볼 게 많을 것 같으니.. 만약에라도 정식 상연된다면 리딩때의 연출은 그냥 잊어버리는 걸로. 한마디만 하자면 동선 뭐야 장난쳐?


+최연동 배우는 <웰다잉>에서 보면서 내내 아니 저분은 이나이에 노인연기 장인이 되어버리면 앞으로 어쩌자는 거지 라는 감탄을 5분마다 하면서 봤는데 여기 사관 진짜 너무 멋있어 하(이마 짚음) 노래도 부쩍 느신데다 극중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데(리딩이라 그렇겠지.. 그럴거라고 믿는다) 연기톤 너무 잘 정돈되어 있어서 가장 큰 감동을 준 배우였다. 윤석현 배우는 위의 플레임즈와 경종으로 뜻밖에 자주 보았는데 경종에서의 톤이 더 어울렸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