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 상반기 2014/07/15 17:40 by 킹애아뽀으



벤트
 
상반기에 본 가장 드라마틱한 연극. 기본에 충실하기만 해도 빠져드는,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아마 아무 장치와 꾸밈 없이 대본을 읽기만 했어도 느낌이 다르지 않았을 정도로 장면마다 놓치기 아쉬운 대사들.
물론 생생한 눈빛을 빛내며 또렷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던 배우들이 참 좋았다.

죽어서야 처음 만져본 연인. 아직 뜨거운 몸을 맞대고 내리쬐는 태양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있었던 수용소.
우리도 전쟁을 비롯한 집단적 사건에 대해 이렇게나 다양한 시선으로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M.버터플라이

처음 작가가 이 대본을 세상에 던져놓았을 때 대중의 반응이 어떠했을까, 볼때마다 그 짜릿함을 상상하게 된다.
시야를 넓혀라 병신들아,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들의 실체를 나는 알고 있다. 이런 대본을 쓸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 텐데.
르네의 세심한 독백만큼이나 예리한 송의 진술을 듣는 동안 한 번도 집중을 놓쳐본 적이 없다.

초연때 큰 무대에서 번쩍번쩍 빛나며 자기 세계를 누비던 김영민 배우의 르네를 한동안 지울 수 없었는데,
올해 줄어든 새장만큼이나 농밀한 점도의 감정을 품은 이승주 배우의 르네가 인상을 대체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유럽인 르네가 있다면 이렇겠다, 싶은 이중적 외모도 한몫한 것 같고.   
기복이 많다고 생각해온 전성우 배우가 이번에는 정말 혜성같이 송으로 등장했다. 소름끼치게 반가운 캐스팅. 바로 같은 극장에서 다시는 이 캐스트로 보지 않겠다고 이를 악문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물론 그 극의 그 캐릭터는...... 여기서 깔 일은 아니군.





바람의나라

간발의 차이로 살짝 윗세대의 만화. 그림체가 안 맞는다며 포기했던 것 같은데 프로그램북의 줄거리라도 안 봤으면 진짜 뭘 보고 나왔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바로 전에 서울예술단과의 대충돌-<소서노>사태-를 겪어 반쯤은 포기한 상태로 관극했는데 잘한 것 같다.

봤던 중 군무를 가장 유려하고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그나마 살아있는 캐릭터의 힘도 느껴진다. 드라마의 부재는 내 취향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으니 이 작품 고유의 스타일은 존중할 수 있겠다는 정도. 영수배우는 역시 예술단 안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어울리고 빛이 난다. <서편제>에서 '이쯤되면 시킨 연출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지오는 통제된 상황에 적응했는지 체념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잘 해내서 신기할 정도였고. 그런 팔을 타고 났기에 무휼일 수밖에 없었던 고영빈이라는 남자.
 


유도소년

처음 봤을 땐 '끝나고 남는 것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 재미있는 연극 오랜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부터 이상하게 마음을 울리는 여운이 남았다. 아마 내가 처한 상황과 닮은 대사들이 있어서 그랬겠지.

정말로 오랜만에 간다 스타일. 대본에 '유도를 한다'라고 쓰면 유도를 하는 배우들이 있다. 파스 냄새만큼이나 선명하고 상쾌하게 연기하고, 일상처럼 툭툭 넘어가는 대사는 지나간 후에 맛깔스러움에 감탄하게 된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를 처음 봤을 때 약간은 뜨악해하면서도 이내 웃고 찡했던 그 기분, <거평이>에서 놀라움과 한숨을 동시에 전해주던 그 기분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똑똑하면서도 영악하지 않게, 진득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많은 관객들이 시대적인 배경에서 아련한 동질감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그 쪽이 조금 약한 편이라 그저 흥겨웠고. 재관람부터는 경찬의 대사가 자꾸 가슴을 때려서 초반부터 마냥 웃지는 못했다. 그래, 한때는 재밌다고 느끼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습관은 정말이지 후드려맞아 마땅한 나쁜 것이다. 결과랑 상관없이 일단 내 끝까지 달려가보는 거, 정말 살면서 한번은 해봐야 할텐데 한번은. 

이제는 뭘 해도 일단 믿고 한번은 볼 듯한 운동까지 잘하는 훈배우, 찌질훈남의 결정체 성훈배우-팔자에 없었던 등근육이라니-.
나중엔 거의 좋아서 비명을 지를 뻔한 우코치님을 비롯해 늘 진실하고 귀여운 간다 배우들.
그냥 존재만으로 소중한 식셉이, 항상 패기의막내 정민배우의 요셉이는 노래방의 아들처럼 강렬한 배역으로 남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정말 오랜만의 재준연출과의 화해. 모자란 것도 넘치는 것도 없이 정말 하나같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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